고양이 별에선 행복하니?
- 포댕댕 삼냥이 일상 . 길냥이 이야기
- 2021. 5. 3.
나의 길고양이 이야기 2.
엄마 고양이와 매일 나를 기다리던
삼 남매 꼬맹이들...
나와 만난 건 2019년 11월 말일에서
12월 초 사이였다.
창문으로 아기 고양이들이
새벽마다 밥 먹는 걸 우연히 보게 됐었다.
그 뒤로 아가들 밥 먹으러 올 시간이 되면
따뜻한 물과 습식사료를
아가들 오기 전에 후딱
챙겨놓고 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가 고양이들과
마주치는 날이 늘어나고
난 혹시라도 내가 먹을걸 준다고
나를 따르다가 사람을 겁내지 않을까 봐
냥이들을 쫓는 시늉도 하고
어이없게 호랑이 소리라며
어흥 거리며 발을 굴러댔었다.
피한다고 피해 다녔는데
숨어 다니던 아가들은
엄마 고양이와 같이 모습을 드러내고
항상 나를 기다렸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날씨가 많이 추워도
항상 네 마리 고양이들은 나를 기다렸다.
어미 고양이 또롱이는 모성애가 깊었는지
아가들 독립을 늦게 시키는 거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노랑이 형제
노일이 와 노이는
둘이서 나를 기다리고
어미와 깜장이는 따로 나타났다.
노이는 나를 무척 따랐다.
내가 나가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내가 서서 쳐다보고 있으면 밥 먹다 말고
내 발에 몸을 기대고 누웠다.
나중에 tnr 시킬 때 포획을 쉽게 하거나
혹시 냥이들 아프면
구조하기 쉽게 하기 위해
나는 켄넬을 들고 다니며
들어가서 쉬게 했다.
봄이었지만 쌀쌀했던 그때.
노이는 켄넬에서 깔아놓은 수건 위에
잠시나마 매일 쉬다가 갔다.
우린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항상 자리를 먼저 뜨는 건 나였다.
30분 1시간... 이렇게 매일 같이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성화 포획하기 며칠 전..
아직 아기라고 생각한 노일이 와 노이는
발정이 났는지 울고 다니기 시작했다.
발정이 나면 먹을 거에도 관심이 없는지
잘 들어가던 켄넬 에도
포획틀에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노일이 노이는 대장 고양이에게
밥자리에서 쫓겨났다.
쫓기는 모습이 노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뒤로 노일이 와 노이는 볼 수 없었는데...
노일이 가 3개월 후 혼자 나타났다.
다시 나타났을 땐 많이 마르고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었다.
그 뒤로 노일이는 예전처럼 나를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난 마지막일 거라 생각도 못하고..
다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노일이는
밥자리에서 고양이 별로 떠나버렸다.
날 보고 가려고 기다렸나 보다..
나는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일 이를 안아봤다.
팔다리는 굳어있었지만 배는 아직
조금 온기가 남아있었다.
나는 노일 이를 안고 미친 듯이 울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에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냥 밥만 놓고 다닐걸..
왜 고양이들한테 정을 줘서..
언젠가 이별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노일이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줬다.
나는 항상 고양이들에게
마지막은 함께 하자고 했다.
어디 가서 험하게 떠나지 말고
내가 보내줄 수 있게 꼭 와달라고..
노일아
나와 함께하자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난 너 때문에 너무 행복했어.
너도 행복했니?
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노일아.. 정말 고마워.
꼭 다시 만나자.
그렇게 노일이는 2020년 7월 2일
여름날 아침에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아직도 노일이 노이 깜장이를
잊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노이와 깜장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린다..
어미 고양이 또롱이는 아직 건강하게
밥 먹으러 잘 다니고 있다.
난 항상 또롱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에겐 팡이를 보내고
두 번째 이별이었다.
팡이를 떠나보내고 아직도 힘든데
노일이 까지 보내고 나니
정말 삶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팡아! 노일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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