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냥이가 맡긴 아기냥이는 별이 되었다.
- 포댕댕 삼냥이 일상 . 길냥이 이야기
- 2021. 11. 15.
티티가 아기 고양이를 버렸다.
아기 고양이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를 보면 잘 피해 다녔는데
이틀 비가 오고 나서
아기 고양이가 상태가 좋지 않았나 보다.
집 앞에 아기 고양이가 혼자 있어서
아가용 캔을 주러 다가갔는데 도망가지 않는다.
캔을 내밀었더니 코 박고 먹지를 못한다.
졸린가? 자는 줄 알고 가려는데
어미 티티가 나타나
냐옹 거렸다.
평소에 티티는 조용히 나타나 내앞에
앉아있는데 그날은 달랐다.
나를 불렀다.
아가 옆으로 불렀더니 오질 않는다.
아가 앞에 있는 캔을 흔들어서 불렀더니
먹고 차 밑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데려가겠거니 싶어서
내 갈길을 갔고.
30분 후 돌아왔을 때 아기 고양이는 혼자였다.
나는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창문으로 내다봐도 아가는 꼼짝 않고 그대로
다시 나가서 티티를 부르고 티티는
또 아가를 본체만체하고 가버린다.
티티를 불러세워 니 애기 데리고 가라고 했지만
눈만 깜빡거리고 가버리다.
나보러 데리고 가라는 거구나...
난 원피스 속에 입고 있던 잠옷을 벗어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이때까지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체온만 올려주면 살 수 있겠지 싶었다.
난 고양이를 직접 구조해 본 적이 없다.
토토와 레나도 다른 분이 구조 하셨고
내가 임보 하다가
갈 데가 없어서 키운 거였다.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핫팩과 난로로 체온을 높여주고
먹지를 못하고 몸을 계속 떨어서
설탕물과 아가용 캔을 티스푼으로
떠줘도 못 먹었다.
조금 더 따뜻하게 잘 수 있게 해 준 다음
다시 먹였더니 잘 먹었다.
혼자 먹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가를 살린 줄 알았다.
살만한지 하악질도 하고 잘 먹었다.
한번 설사 후 그다음엔 정상적인 변을 봐서
괜찮은 줄 알았다.
다음날 오전 갑자기 설사를 심하게 하고
몸을 못 가눠서 입원을 시켰다.
아기 고양이는 저혈당에 탈수였다.
체온도 낮았다.
퇴원 후 괜찮은 줄 알았는데..
퇴원 후 8시간 만에
아기 고양이는 못 버티고
새벽에 긴 여행을 떠났다.
1시간마다 설탕물도 먹이고 캔도 먹였는데..
어느 순간 아기 고양이는 먹지를 못했다.
억지로 잇몸에 설탕물을 발라 주고
마사지를 해주면서
살리려고 애를 썼지만
우리 집에서 딱 3일 살다가
고양이 별로 떠나버렸다.
난 자책을 했고 너무 힘들었다.
남편도 내 친구도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한 거라고 위로해줬지만
그 위로가 위로가 되진 않았다.
내가 조금만 더 잘 돌봤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다른 사람이 구조할 수 있게 내버려 둘걸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데려와서...
미안해 아가야 고양이 별에선 아프지 말고
다음 생엔 건강하게 태어나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기 고양이가 추운 길바닥에서
혼자 떠난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나 자신을 조금 위로해본다.
난 아가가 별이 되고 이틀만에
티티를 만나 사과했다.
애기가 못버티고 떠났다고..
입원도 시키고 잠도 못자고 보살폈는데
멀리 떠났다고...
티티는 알아듣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주위를 돌다가 가버렸다.
내가 너희 에게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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